서양 무속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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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소원을 빌어보았을 거다. 나도 그랬다. 쉽게 소원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준비물이 간소한 서양 무속의식을 찾았다. 캔들 매직이라고 하는 데 방법은 무속인이나 주부가 물을 떠놓거나 양초를 키고 기도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소 번거로운 점은 원하는 소원에 따라 마법적으로 상응하는 색의 양초를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해외의 서양 마법 용품 상점은 마녀, 예수, 악마 등등 다양한 형태를 한 양초까지 판다고 한다. 하지만 운 좋게도 나는 일부 이교주의paganism 전통에서는 소원에 상관 없이 흰 양초를 쓴다는 정보도 얻게 되어서 이 번거로움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흰 양초를 구매했다. 다소 무속인의 집안에 잔뜩 있을 것 같은 느낌의 양초였다. 서양 무속의식 전에 캔들 드레싱이란 것을 하여 양초와 나의 영적 연결을 만들어야 한다고 인터넷에서 읽었기에 부엌으로 향했다. 역시나 어느 부엌에나 있을 법한 식물성 기름이 있었다. 기름을 컵에 조금 붓고 내 방으로 향했다.

내 방에서 양초를 두고 나는 해가 질 때까지 음악을 들으며 기다렸다. 이내 해가 지고 난 컵을 기울여 기름을 오른 손에 붓고 양초를 위에서 아래로 쓰다듬듯이 기름으로 덮었다. 그리고 양초에 불을 붙였다. 서양 무속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마음속에 그리듯 뚜렷하게 떠올리는 시각화라는 것을 주로 쓴다고 했지만 나는 그런 수행자까지는 아니었기에 주문을 외우듯 말로 반복하는 것을 택했다. 양초를 앞에 두고 나는 소원을 이뤄지게 해달라고 마치 누군가에게 부탁하듯이 계속해서 말했다.


몇 분쯤 흘렀을까 나는 과연 소원이 이뤄질까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고 양초가 다 타기도 전에 꺼버렸다. 실망한채로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방안의 서랍이란 서랍이 다 열려있었다. 난 평소에 방을 잘 정돈하는 편이라 무언가를 찾듯이 이렇게 서랍을 잔뜩 열어 놓을 이유는 없었다. 조금 찝찝한 기분을 느끼고 나는 지나다니다가 본 동자 신점술월을 찾았다. 청바지와 청자켓을 입은 마른 중년 여성이 있었다. 나는 일어난 일을 설명했다. 돈을 얼마나 요구할지 걱정이 됬다. 그런데 무당인 여성은 그런 잡귀는 호통만 한 번 치면 떨어지니 돈은 됐고 일이나 조금 거들어 주라고 하였다. 그날 나는 점술원 근처 공원에서 페트병에 물을 담아 점술원에 가져다줬다. 그 여인은 그 물을 계단식으로 신상이 있는 곳에 가져가 도자기에 부었다. 원형 도자기 세 개에 물을 가득 붓고는 무당은 저렇게 하면 돈이 들어온다고 짧게 설명했다.

캔들매직도 무당도 잊고 지내고 있는데 또 다시 아침에 일어나면 방이 어질러져 있는 일이 일어났다. 다시 무당을 찾아갔고 호통 소리를 듣고 일을 도왔다. 이상하게도 이렇게 났다가 다시 빙의에 걸려 방을 어지럽히는 일이 반복되었다. 나는 뭐에 홀린 사람처럼 계속 그 무당의 시종처럼 일을 도왔다.

무당집에 드나들때마다 이상한 기분을 떨쳐벌리 수가 없어서 누군가에게 상담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이란게 별 것 아닌 걸로 흠을 잡아 나쁜 소문을 낼 수도 있기에 나는 외국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그동안 일어난 일을 말했다. 그랬더니 후두 hoodoo tradition나 멕시코 쪽에서 쓰는 ‘저주 막기 및 계란점’ 시도해보라는 답을 들었다.

바로 부엌으로 향해서 계란을 들고 “모든 부정을 빨아들여라.”라고 말하며 계란을 내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이동했다. 그러고는 컵에 깨트렸다. 그랬더니 계란은 노란색이나 싱싱한 주황색이 아닌 피가 섞여 있었다. 핏덩어리도 있었다. 채팅 사이트에서 그 사람에게 결과를 말하니 이는 내가 강력한 흑마법에 당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그말을 듣고보니 무당의 남편이 신 모시는 선반이라고 한 곳에 차열쇠를 함부로 놓는 것과 무당이 몸이 많이 아프고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동자신이 살려 놓는다고 말했지만 방 하나가 디자이너 옷으로 가득한 것이 떠올랐다. 그 이후 그 점술원에 가지 않고 있다.

이런 일이 있은 뒤임에도 욕심에 물을 떠놓고 소원을 빌어보았다. 해외 쇼핑몰 A에서 펜듈럼을 구입한 후 타로덱도 하나 사려 했는데 돈이 모잘랐다. 그런데 통장을 확인해보니 돈이 들어온 것이다. 알고보니 A에서 선의의 환불 goodwill refund를 해준 것이었다. 내가 남긴 펜듈럼 후기에 조금 기대에 못 미치는 점을 썼더니 그걸 고려해서 일부 돈을 돌려준 것이었다. 그 덕분에 타로덱도 바로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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