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망각하고 얇은 옷차림으로 밖에 나왔다.
살갖에 스치는 바람이 정신을 들게 만들었고,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건지 왜 여기에 있는지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이런걸 원한건 아니였다. 처음엔 그저 행복하고 싶었을뿐.. 하지만 인간의 탐욕은 늘 그렇듯 나를 나락으로 밀어 넣고 말았다.
오늘 같이 추운날, 정신이 번쩍 들만큼 차가운 바람이 내 살을 날카롭게 베어나가고 있는 지금.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이야기를 해야만 할거 같다.
지금이 아니면.. 어쩌면 앞으로 영영 그 누구에게도 이 이야기를 전할수 없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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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여유로워 보이는 모퉁이, 덩그러니 놓여있든 벤치에 눈이갔다. 터벅터벅 걸어가 물끄러미 벤치를 바라보다 털석 주저앉는다.
누가들어도 상관없고 누가 안들어도 상관없는 내 이야기를 시작한다.
날씨를 망각한건 어쩌면 지난가을에 내 기억이 멈추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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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날씨는 청명한데 유난히 바람이 불었던 그 날에, 난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추우니까 목도리에 장갑까지 챙겨가라며 꼭꼭 여며주시는 어머니, 날씨가 추운 것을 말로나마 이겨보려 힘껏 칼바람을 강조하는 사람들, 올망졸망 발그레한 얼굴을 한껏 싸매고도 내 옆에서 춥다고 투덜대는 연인까지.
일상생활의 그 작은 것들을 조금만 소중하게 생각했더라면, 나 자신에게 만족할 줄 알았더라면 지금 이렇게 되지는 않았겠지...난 이런 칼바람에 내던져져도 싼 놈이다.
결국 나는 모든 걸 잃었다. 한번의 실수는 되돌릴수 있지만 실수가 반복되는건 실책이고 실력이고 업보다. 모든게 내 잘못이다. 이걸 진심으로 인정하기까지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단지 실수가 아니었고 나의 실책이요 잘못이었다. 내가 실수를 한게 잘못이 아니라 내 잘못이란걸 몰랐던게 나의 실수고 약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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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날 찾아온 친구의 제안을 거절했으면 어쩌면 그랬으면 지금 내가 이 모습으로 이렇게 우두커니 서있지 않았겠지?
평소와 다름없던 그날, 그날도 나는 지쳐 있었다. 회사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나를 매일매일 긴장상태로 밀어넣기 일쑤였고, 그때의 나는 그러면 안되는걸 알면서도 나에게 가까운 사람들에게 더 까칠하게 굴곤 했다.
이 악순환에 점점더 지쳐가던 나는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내가 아닌 다른곳으로 돌리고 싶어했고, 돈은 아주 좋은 도피처였다.
내가 돈만 많았다면 이렇게 스트레스 받지 않을텐데, 돈만 많았다면 부모님도 호강시켜 드릴텐데, 돈만 많았다면 이번 기념일에 여자친구에게 더 좋은 선물을 사줄수 있었을텐데. 돈만 많았다면.. 돈만...
그렇게 생각하던 내게 친구가 다가와서 건넨 제안은 거부할수 없는 큰 유혹이 되었다.
자기가 좋은 소스가 있으니 자기만 따라서 주식에 투자하면 돈을 버는건 금방이라고. 그러면서 친구가 보여준 차키는 지금의 나로서는 10년을 모아도 살수 없는 차였다.
자신만만해 하는 친구의 모습에, 그리고 내 내면의 추악한 욕심에 따라서 나도 어느새 적금통장을 깨서 돈을 넣고 있었다.
욕심에 눈이 멀어 넣기는 했지만, 다음날이 되자 바로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나마도 없어진다면? 친구에게 속은건 아닐까?
출근을 해서도 온정신은 핸드폰에 가있었고, 일분에도 몇번씩 확인해보곤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희비가 수없이 엇갈렸다.
그로부터 정확히 3일뒤 친구의 말과 함께 정리한 주식으로 나는 내가 넣은돈의 4배를 벌수 있었고 세상은 모두 내것 같았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벌수 있는걸 왜 그렇게 아둥바둥 살아왔을까? 이제 나도 행복하게 살수 있어! 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내안의 추악한 욕심은 마치 돈을 먹고 자라나는 악마처럼 더 큰 돈을 원했고, 난 벌게된 돈까지 다시 넣게 되었다.
#281txsQY1em2021.02.21
도박 마약운반 나온거 보고 머리 굴려봤는데 지금 내가 주식을 해서인가 이쪽으로 가더라고... 남은건 잘 이어가줘 부탁해 다른 답글주들&타래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