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1 LE18SaWz
“인간들이 무서운 점이 무엇인지 아느냐?”

고룡 엑시우스는 자신의 레어 밑 인간의 세상을 내려 보며 말했다.

“그들은 과거를 망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룡의 눈이 상념에 잠기는 듯 했다. 엑시우스의 말에 의하면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고 했다. 과거의 뼈아픈 실수들, 과거의 상처, 과거의 아픔들을 망각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 그것이 인간들의 가장 무서운 점이라고 생각했다. 망각하지 못해, 과거에 얽매여 생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드래곤들을 보며, 또 그렇게 살았던 자신을 돌아보며 엑시우스는 정의를 내렸다.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축복이다.”

상심에 빠진 블루드래곤 엘리우스가 정체해 있을 때, 인간들은 계속 망각하며 발전해 갔고, 그런 인간들의 손에 엘리우스는 살해당하였다. 모든 생명의 정점에 서 있는 드래곤이라고 하지만, 결국 드래곤도 인간에게 사냥당하는 사냥감일 뿐이었다.

“그들이 망각을 잃지 않는 한, 계속 발전할 것이며, 결국 그들은 우리 위에 설 것이다. 앨리스.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너는 인간의 세계로 가 그들의 망각을 배우거라. 그리고 망각하며 살아가거라. 망각하며 발전하며 살아가거라. 드래곤이면서 드래곤이 아닌 존재로 살아가거라. 절망에 사로잡히지 말거라. 아픔에 생을 허비하지 말거라. 그저 오롯이 잊어가며 새로운 생을 위해 애써라.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은 그것뿐이다. 자. 이제 가라! 망각할 수 없는 내 품을 떠나 망각의 존재에게 가거라. 그들의 품에서 다시 태어나라. 앨리스. 부디 인간처럼 살거라.”

앨리스는 오열하며 가지 않겠다고 울부짖었지만 고룡 엑시우스는 그녀에게 마지막 키스를 하고 강제로 포탈에 밀어 넣었다.

“앨리스. 너의 삶에 축복이 넘치기를…….”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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