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1 nSpxvwZ8
그저 죽고 싶지 않았다. 죽어가는 나에게 속삭였던 그 사람이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나는 몰랐다. 살고 싶었기에 살려달라고 빌었고, 결국 나는 뱀파이어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한가지 더 실수를 저질렀다. 내가 인간을 해하지 않는다면, 인간과 더불어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크나큰 착각에 빠진 것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사람들은 날 거북해 했다. 폭력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동료라 믿었던 이들에게 여러번 뒤통수를 맞기도 했다. 더는 안 되었다. 나는 인간세상에 녹아들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나는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리 가고 저리 가며 떠돌았다. 가는 곳마다 뱀파이어는 사람들을 유린했고, 나는 그런 뱀파이어들을 유린했다. 그동안 나를 공격해 왔던 인간들에게는 뱀파이어에 대한 두려움과 뱀파이어에게 가족을 잃은 슬픔과 분노만 있을 뿐, 다른 어떤 것도 없음을 잘 알았기에, 나는 인간을 도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인간을 도우는 것이 내가 뱀파이어가 된 이유를 증명하는 유일한 명제였다. 신이 있다면, 그러라고 날 뱀파이어로 만든 거라고 믿었다. 인간들을 구해주고 나면 도움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감사를 표했다. 그래. 그거면 됐다. 저런 감사함이면 나는 충분한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짧은 보상을 받고 나는 서둘러 그들의 곁을 떠났다. 내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이 어떻게 변할지 매우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