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좌절시켰던 사진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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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생각이 나서 써본다
나는 학벌컴플렉스가 무지 심했고 그것때문에 인생 많이 낭비한 사람이야
내가 스무살 스물한살때?
그 때 학교를 잘못왔다, 아니야 그래도 열심히 하면 된다 사이에 졸라 스트레스받는데
카이스트다니던 친구가 sns에 사진한장을 올렸어
데이타사이언스 공부하던중이었지 싶어 벌써 10년 훨씬 지난 엄청 오래전 얘기야
그 사진이 뭐였냐면.. sns기반으로 계정들이 얼마나 서로 엮여있는지
자기 계정을 기준으로 엮어놓은 사진이었어

나랑 걔처럼 1대1 친구로만 끝나는 관계는 한 쪽 끝이 점이 되어서 바깥으로 분산되어있고
걔 친구중에서도 서로 친구관계이거나 동문, 같이찍은사진에 링크걸린 뭐 이런식으로
관계가 맺어져있는 애들은
그 점들 사이에 선이 그 관계성에 따라 색을 달리해서 그어져있었어
그런데 그 사진이 결국 어땠냐면
마치 거대한 다이아몬드 결정구조처럼, 아니지 그것보다 더 복잡하게
대부분의 계정친구들이 빡빡하게 서로가 다중으로 결합되어있더라
연결고리가 없을것같은 친구의 친구도
알록달록한 색으로 여러가지 이어져서 있더라고.
나처럼 단선으로만 끝나는 링크는 거의 있지도 않았어.

그 때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이
아, 나는 결국 평생, 저 단단한 구조안에 끼어들지 못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
친구는 사진을 포스팅하면서 아름답다, 라고 적어왔더라.
근데 나는 그 아름답다는 구조물을 보면서 되게 절망적이었고 비참했거든.

이제는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차라리 그 때 그 사진을 못봤더라면, 싶어.
그때 그 이미지 하나가 너무 내게 부정적인 시각을 주었거든.
지금의 나는 이미 시간의 힘으로 맷집이 세져서인지
그 때로 돌아간다면 그 사진을 봐도 아무렇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그때의 나는 왜그렇게 허약하고 예민했을까. 그리고 겁이 많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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